본즈 앤 올 영화 정보
지난 11월 30일 개봉한 영화 ‘본즈 앤 올’은 식성이라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베이스가 된 성격때문에 평범한 삶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소녀 매런이 그녀와 닮은 소년 리를 만나 예상치 못한 진실과 갖은 위협을 마주치며 본인의 정체성을 찾아 나가는 내용을 가진 공포 로맨스영화이다. 어둡고 기묘해 장엄할 만큼 부드럽고 쉽게 삼키지 못할 만큼 짜릿하고 이색적인 사랑 이야기. 영화의 촬영 전부터 너무 완벽한 러브 스토리라고 소문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이 어떤 형태의 사랑을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자극시켰다.
‘듄’, ‘작은 아씨들’, ‘더 킹’ 등으로 필모그래피를 탄탄하게 쌓아온 티모시 샬라메가 연기의 깊이를 더하고, ‘서스페리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등의 작품으로 인간의 사랑과 욕망 등의 변화무쌍한 감정을 특유의 독특한 비주얼과 감성적인 미장센으로 표현하는 루카 감독이 다시 재회한 영화 ‘본즈 앤 올’은 그 두 사람의 만남으로 더욱 완성도 높은 영화를 선보였다.
줄거리
18살 매런은 더 이상 매런을 지켜볼 수 없다며 사라진 아빠때문에 세상에 홀로 남겨진다. 그녀의 아빠는 녹음테이프와 매런의 출생증명서를 남기고 사라졌고, 엄마는 이미 어릴 적부터 함께 살지 않았다. 녹음테이프에는 매런의 식성에 대해 녹음되어 있었는데 그녀의 처음 식성이 발휘되었던 순간과 두 번째 발휘되었던 순간, 그리고 그 수습 과정을 포함해 아니겠지 라며 외면한 딸의 본성을 인정했을 때의 절망감과 수습밖에는 자신이 딸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에 대한 아빠의 절망감 등이 담겨 있었다. 그리고 딸을 떠나는 변명도 함께. 매런은 아직 어려 그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이런 나라도 받아줄 수 있는지 물어보기 위해 엄마의 주소를 향해 여정을 떠난다.
그 길에서 매건은 자신과 같은 의문을 품은 리를 만난다. 그 둘은 서로가 같은 식성을 지닌 것을 알아본다. 매건은 그 방법을 길 위에서 설리에게 배웠다. 설리는 냄새라고 했지만 알 수 없는 분위기와 외로움의 냄새 등을 알아보는 것처럼 서로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둘은 결국 동행하게 되고 먹을 때에도 최대한 식성을 억누르며 여정을 이어간다. 전화번호부를 통해 매런의 할머니를 찾아간 둘은 결국 매런의 엄마인 제이넬도 찾게 되고, 제이넬을 통해 마주한 진실 앞에서 매런은 괴로움에 몸서리친다. 이렇게 살지 않았어도 됐을지 모른다는 만약이라는 생각이 매런을 상처입히고 결국 리에게도 상처를 주고 만다.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한 두 존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고 서로에게 구원이었다.
그렇게 깊어진 관계와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매런과 리. 그런 둘을 파국으로 이끈 것은 설리였다. 설리로 인해 끝을 보게 된 매런과 리. 결국 리는 매런에게 뼈부터 전부, 나를 먹으라하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리뷰
카니발리즘과 사랑을 동시에 녹여내어 공포 로맨스라는 장르가 되어버린 영화는 어딘가의 경계선에 있는 소녀의 성장과 그 정체성 찾기에도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따라서 공포 로맨스라는 장르와 함께 성장 영화로도 치부할 수 있다. 또한 원작 소설을 한 두 부분씩 비틀어 성장 부분에도 초점을 맞추는 점이 루카 감독다웠고 결국 아무리 돌고 돌아도 사랑이라는 결론에 이르는 점도 마찬가지였다.
분명 시작은 파격에 파격을 더한, 거기에 공포를 소스로 얹은 내용이었으나 영화가 전개될수록 자극적인 부분보다 남들과는 너무 다른 그들이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배경 이야기에 집중하게 하는 영화이다. 영화에 사용된 카니발리즘이라는 소재는 공포적인 요소나 충격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한 용도보다는 사랑을 뒷받침하게 하기 위한, 사랑에 빠져들게 하기 위한, 사랑에 공감하게 하기 위한 하나의 소재였을 뿐이다. 따라서 영화에서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남들과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이에게 접목시켜 그들만의 방식으로,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방식대로 정의하며 사람마다, 사랑마다 다른 형태를 가질 수 있고 다른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삶을 위해 양자택일의 선택지밖에 없는 둘의 사랑은 영화를 보는 사람에게 아주 많은 생각을 선사한다.
고어적인 요소들이 다소 많이 등장해 수위가 높을 수 있지만 그렇게 많은 비중을 차지하지는 않으며 뛰어난 사운드를 통해 영화의 몰입도를 더한다.